[메디파나뉴스 = 조운 기자] 우리나라에는 재활병원이 없다.
회복을 위한 아급성기 재활치료에 대한 제도의 부재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재활난민'을 양산하며 고령화시대 위험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이 '재활난민' 문제의 해결법으로 재활병원의 종별신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의료계 내부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지면서 재활치료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상황이다.
메디파나뉴스는 최근 전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한 이상운 일산중심병원 원장<사진>을 만나 재활난민이 양산되는 이유와 그 해결법에 대해 알아봤다.
Q. 아급성기, 재활치료란 무엇인가?
A. 재활이라는 것은 질병 발병 이후 나타난 장애를 줄이고, 회복하는 것의 의미로, 단순히 치료를 위한 치료가 아닌 궁극적으로 집으로 복귀, 사회로의 복귀를 목적으로 한다.
현재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두 개의 종별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사이에 회복을 위한 아급성기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Q. 재활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한 마디로 재활난민은 아급성기 재활정책의 부재로 인해 양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발병 후 입원일수에 따라 입원관리료가 삭감된다. 이 삭감이 무려 51%에 달한다.
이처럼 입원 15일 이후부터 입원료가 삭감되다 보니 급성기 병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난 환자를 퇴원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 병원도 '재활병원'이라는 종별을 따로 둘수 없기 때문에 아급성기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많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급성기 병원에서 입원료 삭감으로 불가피하게 병원에서 쫓겨난 환자들이 계속해서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재활난민'이 발생한 것이다.
Q. 재활난민의 해결법은 무엇인가?
A.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활병원 종별 신설은 아급성기 치료의 제도화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입원관리료 삭감이라는 재활치료에 맞지 않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재활환자를 일괄적으로 수가를 올려야 한다 그런 것은 아니다.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
진짜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맞춤형으로 재활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재활의학과 뿐만 아니라 각 질환의 전문가들이 장애나 치료의 요구량을 평가해 그 요구량대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도구를 개발해 대학병원 조교수 이상 또는 의사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가 환자의 중증도와 치료 요구량을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김연희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는 대한재활병원협회가 개최한 최근 세미나에서 전문재활치료는 시기·양·질에 따라 치료, 사망률, 삶의 질까지 정말 다양한데, 현재 전문재활치료에 대한 인식과 보험정책, 인력 부재로 맞춤형 치료가 되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전문재활치료를 시행한 후 기능개선으로 인한 개호비용 감소액은 집중 재활 치료군에서는 725만원이, 비치료군은 284만 원이 감소해 약 441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평가 개발 및 그에 따른 보험정책은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Q. 현재 요양병원에서도 재활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재활을 하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질병의 중증도를 의료 최고도, 고도, 중도, 경도로 나누는데, 의료 최고도는 경도의 하루 입원료의 2배이다.
이처럼 중증도에 따라 입원료가 달라지는데, 요양병원에서는 이처럼 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입원료가 비싸진다.
하지만 재활병원은 처음에 최고도로 들어온 환자를 고도, 중도, 경도로 점점 회복시켜 궁극적으로 누워 들어온 환자를 걸어나가도록 하는 치료이다.
따라서 요양병원의 패러다임과는 정 반대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의료인의 의지가 있어도 현실적인 제도가 재활치료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Q. 우리나라는 그간 재활병원 없이 재활치료가 이뤄져왔다. 최근들어 재활병원 종별 신설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두말 할 것도 없이 심각한 고령화 때문이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면서, 최근에는 유권자의 60대가 사상 최대인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50년에는 일본을 재치고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처럼 노인인구의 폭발적 증대가 예상되는 속에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의학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수술도 약도 좋아지면서 생명을 살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병을 치료한 이후 양질의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재활치료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향후 6개월에서 2년 이상 걸리는 재활치료 여부에 따라, 평생을 누워 살아갈지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지 갈리게 된다.
따라서 아급성기 치료를 통해 빨리 사회로 복귀시키는 제도를 지금 만들어 놔야 향후 노인 간병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상태로 아급성기 제도가 없는 20년, 30년 후는 재앙이다.
Q. 일부 의료계에서 재활병원 종별 신설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재활의학과의 경우 재활병원 종별신설은 오랜 염원이었다. '아급성기'에 대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급성기에 대한 제도 없이 행해져 왔던 그간의 방식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 같다.
또 일각에서는 재활의학과가 별도로 분리될 거라는 불안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재활이라는 것 자체가 다학제적 팀 진료를 근간으로 한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는 신경외과, 외과, 내과 거의 전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재활의학과만 따로 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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