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클릭] 석 달마다 "나가라" 병원 떠도는 '재활난민' 왜?
출처 : MBC 뉴스 | 네이버 뉴스
[뉴스데스크]◀ 앵커 ▶
'재활난민'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사고나 뇌손상 등으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두세 달에 한 번씩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니듯 옮겨다닌다고 해서 붙은 말인데요.
거동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들이 침대와 가재도구까지 챙겨들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어이없는 현실,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른 살 손영준 씨는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다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돼 병상에 누워지낸 지 11년째입니다.
혹시 차도가 있을까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 월 3백만 원이나 되는 입원비도 걱정이지만 옮겨갈 병원을 찾는 것도 큰일입니다.
이 병원에 들어온 게 한 달 전, 그런데 다음 달이면 나가야 합니다.
[손상현/환자 보호자]
"규정상 이제 2개월 이상은 못 있게 하는 거죠. 한 달 지나면 또 옮길 자리를 미리 봐 놔야 돼요."
아들의 큰 키 때문에 맞춤 제작한 침대까지, 간병에 필요한 살림을 싸들고 10년 새 돌아다닌 병원만 수십 곳입니다.
[손상현/환자 보호자]
"서울에 있는 병원은 거의 아마 섭렵을 하고 있는 거죠. 이게 참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두세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옮겨다니는 일명 '재활난민'.
이런 형상이 생기는 건 건강보험 수가체계 때문입니다.
완치된 환자가 병원에 장기입원해 보험재정을 낭비하는 걸 막기 위해 입원 보름 후에는 10%, 한 달 후에는 15%, 석 달 후에는 절반 넘게 입원료를 깎아서 병원에 지급하는 겁니다.
새 환자를 받을수록 이익인 병원들은 오래 입원해야 하는 재활치료 환자들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B종합병원 관계자]
"입원기간은 4주에서 6주 사이 정도 되시고요. 어느 병원이고 입원기간은 정해져 있어요."
이동이 잦은 탓에 제대로 된 재활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마비된 이석규 씨는 4년째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시작도 못 했습니다.
[이석규/환자]
"(재활) 할 만하면 그냥 퇴원하라 그러고…. 조마조마합니다. 치료받으면 2개월 되면 언제 나가라려나, 언제 나가라려나."
옮길 때마다 입·퇴원 비용에 엑스레이와 CT 같은 각종 검사는 모두 다시 받아야 하다 보니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강다남/환자 보호자]
"(병원 옮기면) 처음부터 다 이제 시작이죠. 똑같죠. 검사결과는…."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한 재활병원도 별도의 의료기관으로 정해 따로 보험수가 적용을 받게 하자는 게 환자단체와 재활의학계 주장입니다.
[이상운/일산중심병원 재활의학과]
"(재활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도 있을 수 있어요. (그동안) 치료하는,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에 제출만 됐을 뿐 재활병원 개설권을 놓고 의학계와 한의학계 의견이 엇갈려 처리는 올해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직된 보험수가 체계에 의료계 영역 다툼에 밀려 오늘도 병원을 떠도는 재활난민은 전국에 7만 명이 넘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이덕영기자 (deo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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